많은 사람들이 책을 빨리 읽는 방법인 속독법을 배우고 싶어 한다. 그 이유는 책을 빨리 읽어야 많은 책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고, 책을 많이 읽고, 많은 정보를 받아들여야 자기계발을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중요한 점 한 가지를 짚고 넘어가야 하는데, 과연 책을 빨리 읽는 것이 우리의 자기계발에 도움을 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가?하는 점이다.
만약 이것에 대해서 항상 Yes라고 대답할 수 없다면 그것은 속독법을 굳이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다시 해야하는 것이다.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한 책을 읽는 방법인 속독에 목을 맬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빠르게 결론부터 이야기를 먼저 한다면, 대체로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 그 자체로는 자기계발과 바로 연결되지는 않겠지만 배워나갈 수 있는 정보가 있어야 자기계발을 실현시킨다는 점에서는 쉽게 부인할 수 없기 때문에 속독 하는 방법을 통해서 많은 책을 읽고, 많은 내용을 읽어나간다는 것은 의미있는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 속독법을 통해서 정보를 얻는 데에서 끝난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보를 얻고 자신에게 적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속독을 하기 원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속독법을 떠올릴 때, TV프로그램을 통해서 소개되었던 여러가지 초능력과 같은 이미지들을 떠올린다. 예를들면 눈으로 사진을 찍는 듯한 이미지로 '찰칵', '찰칵' 하면서 페이지를 넘긴다면, 우리의 뇌 안에 가지고 있는 무의식의 영역을 잘 들여다 보았을 때, 과거의 기억을 더듬으면서 몇 페이지 몇번째 줄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맞추는 그런 속독과 같은것을 말이다.
혹은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떠올리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일반적으로 글을 대각선으로 읽는 다던지, 혹은 눈을 좌에서 우로 빠르게 움직이는 연습을 시킨다던지, 속독법을 가르치는 학원에서 강조하는 여러가지 기술적인 방법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방법들을 정확히 할 줄 모를 뿐더러, 어떤 방법이 있는지도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그리고 사실 좀 더 정확하게는 그런 방법들에 관심이 전혀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책 자체를 빨리 '읽게'만들어 줄지는 모르지만(사실 이것도 의심이 간다) 그 사실이 책 내용을 빠르게 '이해'시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서 속독법을 배워서 그것대로 책을 읽어나간다고 할 때, 만약 책 전체의 부분에서 특정 주제나 내용을 찾을 때는 유리할 수 있다. 『어린왕자』라는 책에서 '네가 네시에 온다면 나는 세시부터 행복해질거야'라는 문장을 찾는다면, 이 때에는 어린왕자를 속독법의 방법대로 빠르게 훑어가면서 그 문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속독법으로 읽었을 때, 그 사람이 책을 빠르게 '읽었을지' 모르지만 그렇게 한 권을 1시간만에 다 읽었다고 해서 그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이해하고 파악할 수 있었을까? 만약 전혀 그러지 못했다면, 그것은 책 1권을 해치우듯이 빠르게 읽는게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일까?
자, 그러면 지금에 와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나는 아까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속독법을 배운적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나는 속독법을 할 줄 알까? 책을 빠르게 읽는 방법을 이야기한다면, 내 대답은 "그렇다" 이다. 이 대답을 들은 사람은 "뭐야, 말이 안맞는거 아냐? 방금 속독법을 모른다고 했잖아..."라고 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말하는 속독법은 무엇일까?
나는 속독법의 의미이자, 목적을 빨리 '읽는'것에 두지 않고, 빨리 '이해'하는 것에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것이 독서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이해 없이, 아무런 남는 것 없이 그저 해치우는 독서는 읽는 사람의 시간과 노력만 빼앗아갈 뿐이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문제, 이해를 빠르게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아주 쉬운 정답부터 얘기하자면, 많이 읽어야 한다. 이 글을 보자마자 욕하고 싶은 사람도 물론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논리를 한 번 듣고 나서 욕해주기를 바란다. 좀 전에 어려운 책으로 예시를 들었던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빠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주 당연한 얘기로 이 책에서 말하는 개념들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있을수록 빠르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빠르게 읽는 결과를 가져온다.
마이클 샌델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사회에서 우리가 옳다고 여기는 여러가지 분배법칙, 혹은 사상들의 단점, 모순점들을 드러내어 결국에 완벽한 것은 없다는 것을 드러내는 데 있다. 그 법칙 속에는 공리주의와 같은 것들이 등장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공리주의란 말을 완전 처음들어 봤다면, 이 책을 아무리 읽었다고 한들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고, 책의 내용을 파악하는데 한참 걸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런 사회 제도에 대해서 상세하게 알고, 그런 개념을 들었을 때 바로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이러한 이해의 어려움이 없다. 그런사람은 결국에는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빨리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속독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그야 많이 읽으면 해결이 된다. 하지만 무작정 많이 읽는것 자체는 너무 비효율적일 수 없다. 아까 말한 '정의란 무엇인가'와 같이 어려운 책 10권을 읽는다면 한결 중복되는 내용으로 인해 처음보다 이해하는 속도와 양이 늘어나겠지만 그것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그것보다는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를 정해 입문서부터 여러권의 책들을 비교하면서 읽어나가는 것이 좋다.
입문서 중에서 2-3권을 골라서 읽다보면 입문서이기 때문에 말은 쉬워서 이해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 중요한 개념들을 풀어서 쉽게 알려주기 때문에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기본 배경지식이 쌓여갈 것이다. 이렇게 배경지식이 쌓이면 이후 더 어려운 책을 보고, 그 책에서 배웠던 개념이 나올 때 빠르게 스킵하면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그냥 글자를 빠르게 읽어나가는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속독법의 방법이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기 위해서 노력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노력이 그저 '많이'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빠르게 '이해'하는데로 초점을 맞추는 데에 이 포스팅이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오늘의 글을 마치려고 한다.